다낭으로 출장 겸 여행을 왔던 어느 날, 현지에 거주 중인 대학 동기 셋을 오랜만에 만났음. 다들 오랜만이라 반가운 척은 했지만, 분위기는 딱 그 정도였음. 웃는 얼굴 뒤에 숨겨진 거리감이 느껴졌고, 서로의 삶을 요약하듯 건네는 대화들이 꽤나 피곤했음. 저녁을 먹고 맥주 몇 잔 돌고 나니 대충 정리되는 분위기. 다들 가족 이야기를 꺼내고, 아이들 사진을 보여주고, 나는 혼자 조용히 숟가락만 굴리고 있었음.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을 마치고 밖으로 나섰음.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때리는데, 정신이 조금 맑아지더라. 그때 발걸음이 향한 곳, 어두운 골목 끝에 자리한 다낭 가라오케였음. 그 순간, 내가 진짜 숨을 쉬기 시작한 느낌이었음.
룸은 예상보다 조용했고, 양주세트를 주문했음. 골든블루 한 병, 맥주 다섯 캔, 마른안주와 과일, 팁과 룸비 포함. 음악은 낮게 깔리고 조명은 흐릿한 노란빛이었음. 조용히 앉아 술잔을 들고 있으니, 초이스가 시작됨. 문이 열리고 들어온 세 명의 여성들. 그리고 그 중 단연 눈에 띄었던 한 베트남 여자. 눈이 마주쳤을 뿐인데, 그 느낌이 강하게 밀려왔음. 말없이 내 옆에 앉더니 맥주를 따르고 술잔을 건네줌. 손가락도 길고 이쁘더라. 개인적으로 손 이쁜애 좋아하는데 얜 손끝까지 이쁨. 베트남 여자는 처음 만나본지라 어떻게 해야되나 조금 걱정은 됐는데 그래도 한국말을 좀 할줄 알더라. 그녀는 처음부터 말을 많이 하진 않았음. 대화보단 시선과 손끝, 아주 미세한 몸의 리듬으로 나와 교감하려는 스타일이었음. 옆에 앉아 조용히 잔을 채우고, 별다른 멘트 없이 미소 한 번으로 분위기를 이어갔음. 그러다 자연스럽게 내 손을 잡고는, 손바닥 위를 아주 천천히 어루만졌음. 그 부드러운 움직임 속에서 나는 이상하게 말문이 막혔고, 짧은 대화보다 훨씬 더 깊은 연결감이 피어나고 있었음.
마치 손끝으로 마음을 읽는 듯한 감각, 그녀는 어떤 속도로 나에게 접근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느낌이었음. 베트남 여자 특유의 조용한 리듬감이 몸에 스며 있었고, 그녀의 손길 하나하나가 내 긴장을 차분히 녹였음. 과일을 포크에 조심스레 꽂아 건네줄 때도, 술잔을 살짝 부딪칠 때도 그녀는 늘 시선을 맞췄고, 잔을 기울이면서 지었던 웃음은 이상하게도 오래 머릿속에 남았음. 그 웃음 하나에 이미 마음이 풀리고 있었고, 머릿속에 있던 복잡한 생각들이 하나씩 지워지는 기분이었음. 조용한 음악, 흐르는 시간, 가까워지는 거리. 그 속에서 그녀가 작게 물었음. “우리, 방 옮겨요?” 단 한 문장이었지만 거절이라는 선택지는 떠오르지 않았음. 붐붐 포함 숏타임 170불, 숏할까 롱할까 고민이었지만 그냥 짧고 굵게 끝내기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 순간 공기는 완전히 다른 장면으로 전환됨. 조명이 낮아진 룸, 차분히 깔리는 정적. 그녀는 먼저 수건을 꺼내 침대 위에 펼치고, 조용히 옷을 벗기 시작했음. 서두름 없이, 마치 감정을 천천히 하나씩 벗겨내듯이. 내가 숨을 고르는 사이, 그녀는 다가와 무릎을 꿇고 입술을 내 목선에 살짝 대었고, 따뜻한 숨이 스치자마자 몸에 소름이 돋았음. 키스는 느렸고, 입술이 머무는 시간이 길었음. 그녀는 먼저 손으로 내 셔츠를 풀고, 허리에 감긴 손이 아주 천천히 나를 눌렀음. 몸이 닿기 시작하면서 숨소리가 겹치고, 따로 있던 리듬이 하나로 맞춰졌음.
그녀는 주도적이었지만 거칠지 않았고, 내 반응을 세밀하게 읽어가며 템포를 조절했음. 골반이 살짝 움직일 때마다 그녀의 허리가 내 흐름에 맞춰 리듬을 쌓아갔고, 그 교차되는 움직임은 단순한 행위가 아닌, 조용한 대화처럼 느껴졌음. 손끝이 내 옆구리를 타고 흐르다 멈추고, 다시 가슴팍으로 올라올 때마다 감각은 더 예민해졌고, 땀이 맺히는 속도보다 숨이 빨라지는 속도가 더 앞섰음. 방 안엔 말이 없었지만, 숨소리와 터치만으로 충분히 모든 감정이 전달되고 있었음. 깊어지는 키스, 느려졌다 빨라지는 호흡, 그리고 마침내 서로의 몸이 하나의 박자 안에서 겹쳐졌을 때, 나는 현실이라는 걸 잠시 잊었음. 그 밤은 누구보다 가까워지기 위한 감정의 여정이었고, 그녀는 그 흐름의 끝까지 나를 데려가줬음. 현실도, 머릿속 생각도 모두 내려놓게 만든 밤. 베트남 여자, 그날의 그녀는 말없이 가장 큰 위로를 안겨준 사람이었음.
붐붐은 격하고도 부드러웠고 그렇게 한 방 격하게 할 수 있었음. 그녀는 수건을 꺼내더니 직접 내 손에 올려줬음. 샤워하고 나오자 그녀는 불을 어둡게 하고 침대 위에 앉아 있었음. 입을 열지 않고도 말하고 있는 듯한 눈빛. 베트남 여자, 그녀는 눈빛 하나로 공간을 지배했음. 다시 또 조용히 다가와 내 가슴에 입을 맞추고, 부드럽게 목덜미를 쓰다듬었음. 그 손길은 가볍지만 강했고, 키스는 날 위로해주듯 해주었고 그녀는 내 몸의 반응을 읽고 그대로 따라왔음, 어느새 숨소리만 가득한 공간이 됐음. 따로 리드하지 않아도 그녀는 주도적으로 움직였고, 나는 그 흐름에 완전히 녹아들었음. 끝나고 나서도 그녀는 내 옆에 누워 있었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손만 꼭 잡고 있었음. 베트남 여자, 그날 그녀는 나에게 말 없는 위로가 되어줬음. 다낭 가라오케에서의 그 밤은 단순한 유희가 아니었음. 오히려 아무 말도 없었기에 더 강하게 남았던 감정. 누구에게도 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그녀의 손끝을 통해 흩어졌고, 그날의 조명, 그 눈빛, 그 미소는 지금도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음. 그 밤, 진짜 내 안의 나를 만난 기분이었고, 그녀는 그 문을 열어준 사람이었음.